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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공기업 팔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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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세계 신흥 개도국들이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외자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인도네시아의 경우 경제운용의 최우선 순위를 외자유치에 두고 최고통치권자 직속의 전담기구를 설치했다.

남미.동유럽 국가들도 외화 확보와 공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강도 높은 민영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올해 한전.포철.가스공사 등 12개 공기업을 외국에 매각해 달러를 끌어들일 방침이나 부처간 이견 등으로 아직 전담기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민영화에 대한 청사진을 하루빨리 마련치 못할 경우 국제시장에 매물 (賣物) 이 넘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마저 실기 (失機) 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 동남아 = 태국은 지난 4월 공기업 처분을 전담할 '공기업 민영화청' 을 설립했다.

총리 직속의 민영화청은 경제부처들의 이견을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협조 아래 쌀.소금을 제외한 전 산업분야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민영화를 담당하고 있다.

민영화청은 이미 국영 방콕은행의 지분 21%를 유럽 금융기관에 매각키로 가계약을 체결했다.

또 이달중 태국항공의 지분 32%를 공개입찰을 통해 외국 항공사에 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정치.사회적 불안 때문에 그동안 미뤘던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공기업 민영화부' 를 설립해 25억달러의 외화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8일 통신.시멘트.항만.공항.철강.광산 등 8개 부문의 12개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1백64개 공기업에 대한 재무실사를 벌여 외자유치가 가능한 모든 기업을 해외에 매각할 방침이다.

필리핀도 올 하반기중 국영 필리핀은행 (PNB) 의 지분 45.5%를 외국 금융기관에 매각키로 하는 등 금융기관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 금융계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 등이 PNB 지분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남미 = 아시아 금융위기의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도 공기업 해외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기업 매각으로 달러를 끌어들여 외환보유고를 높임으로써 외환시장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다.

또 21세기 글로벌 경쟁체제를 앞두고 공기업에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 체질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남미 국가중 공기업 민영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브라질. 국영 통신업체인 텔레브라스 등 10여개 전기.가스업체들을 다음달 입찰에 부칠 계획이다.

그중 가장 주목을 끄는 업체는 주식 시가총액 (97년 기준) 이 3백90억달러가 넘는 남미 최대의 기업 텔레브라스. 브라질 정부는 이 회사의 민영화로만 약 2백억달러의 외화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민영화 작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외환보유고는 지난 3월말 6백86억달러에서 연말께 9백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아르헨티나.멕시코 등도 통신.석유 분야의 공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해외매각 계획을 발표할 움직임이다.

◇ 기타 =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동유럽국가도 외국인들의 공기업 지분 한도를 대폭 완화하는 등 외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일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사를 16억달러에 외국 기업에 팔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조만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민영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국유기업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도 종전까지 터부시했던 국유기업의 해외매각 등에 대해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임봉수.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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