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노·사·정 역할 다해야 외자유치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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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외국자본 유치는 한편으로는 외화의 장기적 확보를 가능케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또 노동자의 취업기회를 넓혀줄 뿐 아니라 정부의 불공정 정책시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최근 외자유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결핍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정치권과 정부, 기업.노동계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

첫째, 정치권은 무엇보다 경제현상 왜곡을 가져오게 한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모금한 정치자금만으로 정치를 할 수 있어야만 정경유착을 차단할 수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위반자에 대한 엄격한 벌칙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자유경제는 설 땅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특혜압력이 사라질 때 정부관리는 신뢰할 만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규모를 줄이고 공정한 정책관리에만 주력하는 한편 민간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경제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과 정부는 향후 전개될 개혁정책을 발표하고 일관성 있게 집행하는 집행력에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기업은 핵심역량이 있는 사업부문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타 사업은 매각해야 한다.

매각대금은 핵심사업의 부채상환이나 역량 고도화를 위해 재투자함으로써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합리적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업무절차의 리엔지니어링, 정보기술 활용의 고도화와 함께 기업문화를 선진기업형으로 개편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평하고 세련된 업적평가제도를 도입해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경영목표에 합치시키고 인사조처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또 외자유치의 목적에만 급급하지 말고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투자자가 국내에서 성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즉 필요한 협력을 제공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며 외국투자자의 성공과 자사기업의 성공이 합치되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파트너로서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계는 분배 극대화를 위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 방향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는 노동의 상품가치와 기업의 경쟁가치를 함께 떨어뜨리는 공멸의 길이다.

강력한 정부의 보호정책하에 있는 기업의 경쟁력이 쇠퇴하듯 강력한 노조의 보호하에 있는 노동 경쟁력은 퇴보하게 마련이다.

노동의 상품가치가 낮은 근로자는 퇴출되도록 경영자와 협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노동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노동 상품가치가 증대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형 한국앤더슨컨설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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