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임이 북핵 문제 키워 대북 정책 지금이라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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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북한 정책을 재고할 때가 됐다.”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과 ‘혈맹’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동북아 안정에 저해되는 외교 노선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20일 중국의 대북 정책에 관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을 실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매우 난처한 입장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이들은 “북한이 4월의 6자회담 탈퇴와 5월의 2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중국의 대북 정책이 기존 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北京)대 주펑(朱鋒)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약해 대북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대북 정책을 바꿔 지금이라도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화(淸華)대 쑨저(孫哲)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쓴다는 것은 내정 불간섭이라는 중국의 외교 원칙에 비춰 실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다양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며 북한에 거주하는 중국인 철수를 준비하는 등 양국 관계 악화에 대비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과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국 정부는 아직 대북 정책이 변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다면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북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반도 안정이 깨지는 것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마지노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 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정융녠(鄭永年) 소장은 “중국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안보’를 보장해 주지 않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한국 방위조약처럼 북한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거나 국제사회와 함께 전면적인 북한 제재에 참여하는 두 가지 정책을 모두 시행하기 힘들어 매우 난처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중국의 역할이 ‘중재자’에서 ‘당사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북핵은 (북한의 주장대로) 북한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코밑에서 벌어지는 핵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신성호 교수는 “중국은 6자회담 당사국 중 가장 큰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이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몰라 실력 행사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홍콩 시티대(城市大) 현대중국연구소의 조셉 유 섹 청 교수도 본지와 인터뷰(6월 19일자 6면)에서 “중국 외교 정책의 기조가 개혁·개방 이후 국익 위주로 전환됐기 때문에 북한을 더 이상 혈맹으로 보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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