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거래값 낮춰 허위 신고 땐 중개업소에 최고 3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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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2월께부터 전국의 7만여개 부동산중개업소는 집과 땅 등 모든 부동산의 거래계약서를 실거래 값을 기준으로 작성해 자치단체에 통지해야 한다.

그동안 관행처럼 돼온 이중계약서(거래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 계약서) 작성에 대해 처벌조항이 신설돼 실거래값 신고 의무가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지금은 서울 강남 등 전국 6개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만 실거래값 신고가 의무화돼 있다. 또 투기를 부추겨온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의 설치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건설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정되는 법은 이르면 내년 2월께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를 대행하는 중개업소는 인터넷 입력 또는 계약서 사본 제출의 방법으로 거래계약서를 시.군.구에 반드시 통지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통지의무 없이 5년간 거래내역을 보관만 하면 됐다.

거래계약서를 통지하지 않거나 허위 사실을 통지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허위.이중계약서 작성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을 신설해 이를 어길 경우 징역 3년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전국 250개 자치단체에 실거래값 검증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신고하면 컴퓨터로 가려내 세무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뉴스분석] 조세 저항, 거래 위축 막게 과표.세율 조정 병행해야

내년 초부터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실거래값 거래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되면 부동산 거래 관행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실거래값이 노출되면 취득세.등록세.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세가 대폭 늘어난다. 세율은 그대로 두고 세금을 매기는 기준가격인 과표만 높아지면 당연히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정되는 부동산 중개업법은 중개업자에게만 실거래값으로 신고할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를 갖게 되는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은 중개업자가 신고한 실거래값에 맞춰 세금을 물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래값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낮추고 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세제 개편과 함께 세율을 낮춰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국세청은 과세표준을 실거래값으로 일원화하되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중개업법과 시행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아파트의 경우는 기준시가로, 토지의 경우는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출한 시가표준액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실거래값으로 신고하면 신고한 가격을 우선 적용한다.

다만 전국 57개 투기지역에서는 지금도 양도세가 실거래값으로 과세되고,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취득.등록세가 실거래값으로 부과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실거래값 신고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부동산 거래에 따른 각종 세금은 지금보다 2~3배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갑작스러운 거래 비용의 증가는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송파구 등 6개 지역의 경우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 시행 초기에는 실거래값 노출을 피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는 매매 당사자 간의 직접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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