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MBC, '파격캐스팅' 대 '스타군단'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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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사랑이냐 폭력 액션이냐. 8일부터 KBS와 MBC의 월화 미니시리즈의 이색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MBC가 1일 시작한 '추억' 에 이어 같은 시간에 KBS2TV가 8일부터 '거짓말' 의 후속 '킬리만자로의 표범' 을 방송하면서 멜로와 액션의 대조적인 소재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양 방송사의 간판 연출자들이 포진했다.

'추억' 을 만드는 이창순 PD는 유부남.유부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애인' 으로 이른바 '애인 신드롬' 을 탄생시키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켜 MBC의 '시청률 보증 수표' 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맞서는 '킬리만자로…' 의 이응진 PD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첫사랑' 의 연출자다.

대체로 상이한 이 두 작품은 이 시대 가정과 사회의 충돌하는 가치관을 정면으로 접근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이혼을 진지하게 다루는 '추억' 은 새로운 결혼과 재결합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들의 심리 갈등이 강한 흡인력을 갖고 다가선다.

한편 "우리 사회의 법이 악인을 응징하기에 충분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킬리만자로…' 는 정치인과 정보기관원.재벌에 대해 개인적으로 심판을 내리는 한 지식인을 통해 도덕과 사법의 문제를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캐스팅 전략에서는 대조적이다. '추억' 은 최진실.고소영.김승우.손창민 등 내로라하는 톱 탤런트를 대거 포진시켜 정공법을 펴는 반면, '킬리만자로…' 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영화 '투캅스3' 의 권민중 등 드라마 경험이 없는 신인을 과감히 기용했고 이순재를 킬러로, 전양자를 태권도 고단자로 등장시키는 등 파격의 수위를 높였다.

양쪽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모두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 '킬리만자로…' 의 윤흥식 책임프로듀서는 "지금 IMF의 울분을 분출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최고조에 달했다" 며 "틀에 박힌 사랑 얘기보단 정치인.관료를 통렬하게 처단하는 내용에 더욱 큰 공감을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억' 의 여주인공 최진실은 " '킬리만자로…' 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황당하고 스타급 연기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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