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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나우] 중국 여성의 영웅 된 호텔 여종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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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끔찍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 지방 호텔 여종업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3억 중국인 중 상당수가 ‘덩위자오(鄧玉嬌·22)’란 그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다. 그를 전국적인 ‘유명 인사’로 만든 것은 5월 10일 밤에 발생한 사건 때문이다.

그날 밤 후베이(湖北)성 바둥(巴東)현 예싼관(野三關)진의 한 호텔. 이 지방 정부의 투자유치 정책 책임자인 덩구이다(鄧貴大·44) 주임 등 세 명의 간부가 술에 취해 여종업원인 덩을 희롱했다. 이들은 “함께 사우나에서 목욕하자”며 덩을 협박했다. 완강히 저항하던 덩은 얼떨결에 과도로 이들을 찔렀다. 그리고 직접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덩 주임은 출혈 과다로 숨졌다. 현지 공안국은 과잉방어 혐의로 여종업원 덩을 구속기소했다. 반면 간부들은 공산당 당적만 박탈하고 구속하지도 않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여론이 들끓었다. 인터넷에는 여종업원 덩을 미화한 ‘열녀 덩위자오전(傳)’과 ‘협녀(俠女) 덩위자오전’이 나돌았다. “딸을 낳으면 덩위자오처럼 키워야 한다”는 찬사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여론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묻혔다. 사건 발생 한 달 이상이 지난 16일 바둥현 법원은 논란 끝에 여종업원 덩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덩위자오 사건’은 중국 사회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같았으면 당 간부가 연루된 이런 사건은 은폐되기 쉬웠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이 중국 사회의 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인터넷 인민재판이 과거의 인민재판을 대체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도 이 사건은 중국 사회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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