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삼랑진읍 숭진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국민연금관리공단 김해지사의 독서모임 ‘가야서당’에 보낸 편지 꾸러미.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날씨가 더워져 시원한 바람이 반가운 금요일 오후에, 바람보다 더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적은 편지 28장. 연애편지가 이보다 더 기쁠까요? 편지 한 장도 쉬이 넘어갈 수 없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책 선물이 고맙다는 말, 오늘 읽은 책에 대한 내용, 책을 읽고 부모님께 칭찬 받았다는 말….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말하는 것 같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우리 북클럽이 중앙일보-YES24의 ‘YES! BOOK’ 캠페인 4월의 북클럽으로 선정되어 도서 30권을 기증 받은 것이 아이들을 만나게 된 계기였습니다. 기증받은 책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이 기쁨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밀양에 있는 숭진초등학교라는 작은 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교생 32명. 많은 친구들이 떠났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이 씩씩하게 학교를 지키고 있는 곳.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말에 정 많은 우리 지사 직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자녀들이 다 읽고 굴러다니던 도서에 새 주인들을 찾아주라며 많은 분들이 기증해주셨습니다.
아직은 봄바람이 불던 5월의 마지막 주에 숭진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학교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운동장, 인자하신 교장선생님과 미소가 순박한 담임선생님, 낯선 방문객을 스스럼없이 웃으며 환영하는 햇볕에 그을린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은 선물로 들고 간 책이 무겁지도 않은지 번쩍 들어 교무실까지 옮겨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반가운 손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기쁘다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미소는 우리가 준 것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야서당 훈장 김은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