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년이 노는 나라엔 희망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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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년실업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이 지난달에 7.8%로 전체 실업률(3.2%)의 2.4배를 넘었다. 또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이 청년 실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1.9배인데, 우리는 이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청년 취업자들도 학교를 나와 평균 11개월 만에야 첫 일자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이 높은 나라는 중장기적으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힘들게 된다. 요즘처럼 지식의 변화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현장교육이 학교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청년실업이 많아지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청년실업자가 사회 부적응자로 변해 사회 안정을 해칠 우려도 적지 않다. 선진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청년실업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년 전부터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란 조어가 유행했다. 그런데도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청년실업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5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청년실업 대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의 돈뿌리기 대책에 그치고 있다. 직업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년이 19.5%에 불과하고, 이들 중에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훈련을 받은 사람은 11.8%뿐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는 청년실업 대책이 겉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본적인 실업대책은 물론 경제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에 병행해 정부.기업.노조 등이 공동으로 직업훈련 및 구직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있는 선진국의 경험을 배워 보다 실질적인 청년실업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오래 지속되면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