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회담 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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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동갑인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간 회담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까. 회담엔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이다. 박 대표의 취임 이튿날인 20일 열린우리당 측이 신호를 보냈다. 신 의장의 김부겸 비서실장이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을 찾아가 박 대표의 진영 비서실장에게 대표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여야가 새로운 진용을 갖춘 만큼 양당 대표회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회담 성과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과 박 대표가 만나는 양자회담이나, 신 의장이 함께하는 3자회담을 주선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 위원장은 "8.15 이전에 연쇄회담이 이뤄져 국민통합의 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신 의장이 박 대표를 만나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수도 이전 문제다. 이 문제는 찬반논의가 워낙 첨예한데다 헌법재판소가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관련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어 여야 대표가 정치적으로 풀 수만 있다면 환영받을 사안이기도 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만나 구체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최소한 산만하게 이뤄지고 있는 논의의 쟁점은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회담 제의를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당 분위기는 일단 부정적이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소식을 전해들은 박 대표는 "지도부와 의논해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청와대 사이트의 패러디 사건을 비롯해 여권의 야당압박이 도를 지나친 것 아니냐"며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여당 측이 새 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전여옥 대변인은 "행정수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은 수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해, 박 대표를 거기에 옭아매려는 인상을 준다"며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처리 때 한나라당이 찬성했던 점을 내세워 박 대표를 몰아붙이려는 의도 아니냐"고 경계했다.

신 의장에 대한 박 대표의 감정도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일각의 공세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총선 때 '대가 끊긴 게 다행'이란 말까지 나왔어도 내가 뭐라고 했느냐"며 언짢아했다.

지난 4월 총선 직전 신 의장이 한 인터넷 언론에 "박정희씨에게 손녀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한 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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