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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체장 7월 취임]행정 공백 25일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방선거 열병을 치른 자치단체에 이번엔 행정의 파행 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전체 2백48명의 광역.기초단체장중 무려 37%에 이르는 93명이 교체된데다 당선자가 취임하는 7월1일까지 25일이나 남아있어 이 기간중 행정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추진중이던 사업이 당선자의 선거공약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고 구청장 결재가 유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선거기간중 공무원들의 개별적 '줄서기' 가 심했던 자치단체에서는 '살생부' 가 공공연히 나도는 가운데 직원들이 동요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서울도봉구 유천수 (柳千秀) 구청장은 5일 오전 국장단회의를 열고 "이달말까지 주요 사안은 부구청장에게 보고하되 당선자측과 마찰을 피하라" 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도봉구가 추진중이던 음식물쓰레기 사료화공장 건립이 무기한 유보됐으며 지난 4월 10억원을 들여 도봉산입구에 착공한 '등산객 목욕탕' 도 당선자측의 반대 선거공약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게 됐다.

창동 스포츠센터도 구청측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건립허가를 즉각 내줘야 하나 신임 구청장 취임 이후로 미뤄 손해배상이 불가피해졌다. 관악구도 계약만 한 채 미뤄져 온 문화관 건립공사의 최종 발주를 당선자가 결정할 때까지 유보한 상태다.

서울시는 남산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를 재검토해왔으나 고건 (高建) 당선자 취임때까지 폐지.확대.존속 등 결정을 유보한 실정.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강서구의 경우 현직 구청장과 당선자가 선거기간중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당선자측이 살생부를 만들고 있다" 는 소문이 퍼져 직원들이 일손을 놓으면서 업무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구청직원 金모 (36) 씨는 "점령군을 기다리는 패잔병 신세가 됐다. 구명운동이라도 해야 할 처지" 라고 말했다.

서울도봉구도 임익근 (林翼根) 당선자가 당선소감으로 "선거철 선심성 공약에 대해서는 관계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 고 밝힌데다 기능직 등에 당원들을 대거 고용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고건 서울시장 당선자측은 보좌진으로 업무인수팀을 구성, 8일부터 시청 관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며 부산시는 5일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민선시장직 인계.인수준비반을 구성했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장직 인계.인수지침' 을 마련해 자치단체들이 단체장직 인수준비단을 구성해 당선자측에 기본현황.현안 설명과 함께 요청자료 제공 및 인수활동을 위한 사무실.집기를 지원토록 권고했다.

행정자치부 이만의 (李萬儀) 자치지원국장은 "취임까지 기간이 길어 어정쩡한 자치단체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며 "전임자와 당선자간 마찰을 줄이기 위해 단체장직의 인계.인수사항을 법령으로 제정하거나 조례.규칙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자치단체장은 당선일로부터 취임일까지 5~17일의 기간을 두고 있으며 통상 전임.후임자가 취임전 면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있다.

박종권.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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