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1면보도“대북제재 해제”발언 美정가에 큰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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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일 뉴욕 타임스지가 1면 기사로 보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對北) 경제제재 해제 관련 발언이 미 정가에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신문은 "金대통령은 이번 방미 (訪美) 기간중 미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종식시킬 것을 촉구할 방침" 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3일자 사설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북제재가 아닌 경제.외교적 관계 확대임을 金대통령이 이해하고 있다" 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토록 촉구한 金대통령의 발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방미를 앞둔 金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의 논의를 통해 대북정책 분야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정치적 행보" 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내 대북정책 분위기를 읽고 있는 金대통령의 노련한 '기선잡기' 외교란 뜻이다.

미 외교협회 (CFR) 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지난 정권 당시 한국이 미국의 대북관계에 걸림돌로 비춰진 점을 감안할 때 金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적어도 한국이 북.미 관계에 골칫거리로 투영되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의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양국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우선 비정치분야에서 미국의 상징적 조치를 예상한다.

북한의 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 (28) 의 미국 프로농구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기대다.

미 국무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미국내 에이전트 에버그린 파트너스사의 마이클 코인은 "李선수가 내년도 미프로농구 경기에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金대통령의 유연한 대북정책이 미국내 동포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월 재미경제인연합회 회원 16명이 방북한데 이어 2일에는 간부진 7명이 방북길에 올랐다.

조수미씨 등 유명 연예인들의 방북추진에 열을 올리는 동포들도 있다.

결국 金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의 큰 틀이 변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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