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월드컵 동반 진출, 남북 경색 푸는 불씨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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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한국 대표팀은 강적 이란과 1-1로 비겨 동반 진출의 길을 터줬고, 북한 대표팀은 어제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어웨이 경기에서 철통같은 수비로 0-0 무승부를 지켜냈다. 이로써 남과 북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 아시아지역 B조 예선에서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며 본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은 이란전에 굳이 전력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남과 북이 남아공에 함께 가자’는 결의를 다진 대표팀은 이란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막판까지 밀어붙여 기어코 무승부를 만들어내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후반 36분, 주장 박지성이 터뜨린 왼발 동점골에 누구보다 환호한 것은 북한 선수단과 북녘 동포들이었을 것이다. 북한도 홈팀 사우디의 소나기 공격을 정신력으로 끝까지 막아냄으로써 우리의 기대에 부응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기록을 작성한 한국 팀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44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북한 팀의 감격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1966년 런던 월드컵에 처음 출전,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북한 팀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벌써 주목을 끌고 있다.

남북한의 경기를 지켜보며 우리가 응원했던 것은 단순히 남북한 동반 진출에 대한 기대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동반 진출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작은 불씨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91년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남북 단일팀 출전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듯이, 남과 북이 함께 이룬 이번 쾌거가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원하면서 공동응원단 파견에 관한 남북 당국 간 논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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