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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금융위기]달러 썰물…주가도 폭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요즘 취임후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금융과 외환부문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돼 자칫 아시아와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위기의 현황과 전망 등을 집중 점검해본다.

가장 두드러진 경제위기의 지표는 주가의 대폭락이다.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던 러시아 주가지수 (RTS) 는 1일 다시 10.23%가 폭락, 2년만의 최저치인 1백71.71을 기록했다.

한달여만에 50%가 떨어졌고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60% 가깝게 하락한 것이다. 금리도 폭등세를 보여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주 연 50%였던 기준금리를 1백50%로 3배나 전격 인상했고, 5월말 65%였던 1년만기 채권 수익률이 1일 75%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외국투자가들의 탈 (脫) 러시아 행렬은 계속돼 현재 40억달러 상당의 금 (金) 보유고를 제외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1백억달러에 불과하다.

외채는 1천4백50억달러. 그러나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미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은 5월말 6.138루블에서 1일 현재 6.172루블로 소폭 상승, 상대적인 안정상태에 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러시아정부가 지고 있는 부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권력.정실에 의해 움직이는 낙후된 금융제도에 대한 외국투자가의 불신도 깔려 있다.

러시아정부에 따르면 정부예산에서 채무상환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이는 98년도 예산 편성시 적용 이자율 25%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자율 폭등으로 98년중 러시아정부가 추가부담해야 할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금 추세라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정부재정의 50%가 이자상환으로 지출돼야 한다. 추가부담분을 다른 부문에서 메워줘야 하는데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무역수지흑자가 대폭 줄고 미비한 조세제도 때문에 세수가 감소하고 민영화사업이 부진해 재정적자를 보충해줄 원군도 없다.

올해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의 매각을 통해 4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통계는 없지만 은행 등 민간부문에서 차입한 단기외채 문제도 간단치 않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들어와 있는 단기투기자금 (핫머니) 은 3백억달러에 달해 무디스 등급 인 러시아 자본시장은 국제투기꾼들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교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러시아정부는 65억달러 규모의 예산절감 및 징세강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도 러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대 (對) 러시아 추가지원을 긍정 검토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 (IMF) 등 국제금융기구들도 이에 호응하는 등 러시아 돕기에 나서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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