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암상 과학부문 수상자 미MIT 피터 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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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상금 1억원은 서울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을 작정입니다. 적은 돈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올해 호암상 과학부문 수상자인 미 매사추세츠 공대 (MIT) 의 피터 金 (40) 교수는 자신도 미국에서 생계에 쪼들려 공부를 중단할 뻔한 적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金교수의 수상업적은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 그는 감기 바이러스에서 연구를 시작,에이즈 등 다른 바이러스도 모두 비슷한 원리로 세포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감염경로의 핵심은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바이러스 표면에 붙어 있는 이 단백질은 스프링처럼 튀어나와 세포에 박힘으로써 세포를 병들게 한다.

이 연구결과로 金교수는 3~4년전부터 미국 언론에서 노벨상 후보감으로 잇따라 소개되고 있을 정도. 미국의 일부 제약회사들은 스프링 단백질을 절단,에이즈 퇴치 약까지 개발중이다.

현재 그의 관심은 단백질중 특정 구조의 아미노산을 쉽게 골라내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단백질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깨어 있는 시간엔 연구만 생각합니다.

또 제 주변에는 훌륭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런 연구환경이 좋은 결과를 가능케하는 것 아닐까요?" 과학수재집단인 MIT에서도 남달리 뛰어난 두뇌를 지닌 그는 밤 새우기가 예사일 정도로 억척스런 연구자. "한국에도 이 분야는 물론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훌륭한 학자들이 많아요. 고국의 과학발전 전망은 밝습니다." 순수과학의 뿌리가 깊어야 상용화기술도 잘 개발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민 2세. 우리 말을 전혀 못한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고등과학원 자문위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는 金교수는 "고국의 과학발전에 힘닫는 대로 기여하겠다" 고 다짐한다.

고국에 대한 그의 애틋한 사랑은 슬하의 세아이에게 미국이름과 함께 한국이름까지 지어줄 정도. 미국인 아내 캐시 역시 생물학자로 MIT인근 명문 브랜다이스대 교수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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