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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베이징 천단 기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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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중국 베이징(北京)을 상징하는 건물로 고궁(자금성)의 천안문과 천단의 기년전을 손꼽습니다. 많은 분이 고궁의 크기에 놀랍니다. 그러나 천단은 고궁의 세 배로 여의도 넓이와 맞먹습니다. 베이징에는 고궁을 중심으로 동쪽에 일단(日壇:르탄), 서쪽에 월단(月壇:웨탄), 남쪽에 천단(天壇:톈탄), 북쪽에 지단(地壇:디탄)을 두어 해와 달,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종이에 먹펜, 41cmX58cm, 2009

명나라 영락제 18년(1420)에 세우고, 청나라 건륭제 14년(1749)에 확장 개축한 천단에는 황제가 하늘에 제를 지내는 원구단(圓丘壇-위안치우탄), 원형 건물에 역대 황제의 위패를 모신 황궁우(皇穹宇-황충위), 풍년을 위한 제례를 지내던 기년전(祈年殿-치넨뎬)이 남으로부터 북쪽으로 일직선상에 있습니다.

원구단은 애엽청석으로 바닥을 깔고 한백옥으로 난간을 두른 3단의 넓은 원형 제단으로 건물이 없어 단조롭습니다만 기년전은 더 큰 월대 위에 세운 3층 원형 목조건물로 높이 58m, 19층짜리 현대식 건물과 맞먹는 높이로 보는 이들을 압도합니다. 하늘을 상징하는 짙푸른 청색 기와에 용과 봉황으로 구성된 금색 단청이 잘 어울립니다. 바닥 중심부의 용봉석이 사람의 눈길을 끕니다. 직경 88.5cm 천연 대리석에 용과 봉황의 형태가 완연합니다.

그림을 그리다 문득 천단의 기년전과 황궁우는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인데 왜 서울에 있는 원구단 황궁우는 8각이며, 우리나라에 원형 건물이 없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원형 건물에는 중심 부분의 작은 기와부터 테두리의 큰 기와까지 크기가 다른 수십 장의 기와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와를 올릴 때에도 암키와·수키와 모두 크기별로 맞추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지요. 조선의 목수들은 미닫이문보다 여닫이문을 선호했습니다. 미닫이문은 잘 건조한 결이 고른 목재를 써야 하는데 조선 목수들이 이런 까다로움을 싫어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조선 와장들이 원형 지붕을 기피한 것이 아닐까요. 8각 건물에는 보통 기와를 쓸 수 있거든요.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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