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양희승 농구코트 떠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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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호랑이 두 마리가 낭떠러지에 몰려 있다.

고려대 시절 함께 코트를 호령하던 현주엽(34·LG)과 양희승(35·KT)이다.

KT는 16일 양희승을 웨이버로 공시했다. 데려갈 팀이 있으면 데려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고액 연봉(3억원)에 부상이 잦은 노장을 데려갈 팀은 없어 보인다. KT는 웨이버 발표 이전 다른 팀과 양희승 이적을 협상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웨이버 공시는 은퇴하라는 압박으로 봐도 무방하다. KT는 “무릎 수술을 받은 양희승의 재활이 연말에야 끝나는 데다 팀에 선수들이 가득 차 있어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웨이버 공시가 나진 않았지만 현주엽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5월 네 번째 무릎 수술을 받은 현주엽이 올해는 뛰기 어려울 것으로 LG는 보고 있다. LG 김성기 사무국장은 “일단 현주엽이 없는 셈치고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 구성을 마쳤다”면서 “현주엽의 재활 상황 등을 보고 선수 등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노장 축에 들지만 은퇴를 해야 할 나이는 아니다. 허재 KCC 감독은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현주엽·양희승과 치고 받았던 이상민(37·삼성)과 서장훈(35·전자랜드)은 아직도 뛰고 있다. 게다가 현주엽과 양희승 모두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그들은 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재활의 고통과 자존심이 걸려 있다.

양희승은 “멍하다. 이상한 꼴 당하는 것 같아 그냥 깨끗이 은퇴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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