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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미인대회 채점 오류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30년대 월간 '삼천리' 발행인이던 파인 (巴人) 김동환 (金東煥) 은 독자를 늘리기 위해 지상 (誌上) 미인선발대회를 생각해냈다. 여성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진을 응모토록 해 그중 최고 미인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선발된 미녀들의 사진을 표지에 싣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 잡지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미인선발대회다.

지상미인선발대회는 그후 사라졌다가 해방후 부활됐다. 49년 월간 '신태양' 은 '미스대한 인기투표' 를 실시했다. 사진 응모한 47명중 예심을 통과한 7명의 사진을 확대해 서울 덕수궁 뜰에 진열해놓고 일반인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투표, 이를 집계해 순위를 매겼다. 응모자들은 교복차림 여학생 또는 사무실 여직원이 대부분이었고, 개중엔 요정출신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단명 (短命) 으로 끝났다.

현재 미인선발대회의 대명사처럼 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된 것은 53년 5월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다. 전란중인데다 일반의 인식부족으로 지원자는 많지 않았다. 당시 숙명여대 학생이던 강귀희양은 예선이 열린 부산시청 강당에 구경나갔다가 심사위원들의 권유로 출전, 초대 미스코리아의 영예를 안았다. 수영복 심사였던 최종선발은 인파가 몰려들어 부득이 비공개로 치렀다.

지원자부족을 고민했던 초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달리 요즘은 전국에서 수천명이 몰려드는 치열한 경쟁이다. 재수.삼수생이 있고, 나이.학력을 속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공미인을 만드는 성형수술, 화장과 매너 교습에 거액의 돈이 들어간다.

그래도 미스코리아가 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잡겠다는데는 막무가내다. 그러다보니 비리가 없을 수 없다. 93년 폭로된 미스코리아 부정사건은 그 대표적 예다. 미스코리아 진 (眞) 을 잇따라 배출해 '미스코리아 산실 (産室)' 이란 별명이 붙은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과 대회 관련자 사이의 금품거래는 미스코리아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했다.

올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점수집계 착오로 대회를 다시 치러야 할지도 모를 지경에 처했다.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채택한 컴퓨터 프로그램 잘못으로 어이없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여성단체들 사이에선 미스코리아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미스코리아 제도를 전면 재검토.수정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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