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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선거 중반 판세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법정 선거운동 시작 후 1주일이 지난 현재 지방선거 판세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한나라당은 "선거등록전 20%이상 가까이 뒤지던 최병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 후 고건 (국민회의) 후보를 13%포인트 이내로 쫓아가고 있다" 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텔레비전 토론이 후보지지도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며 한나라당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판세분석이 다른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중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돼 있긴 하지만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을 비롯, 한국갤럽.미디어 리서치.리서치 앤드 리서치 (R&R).코리아 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비공개 조사를 진행하면서 민심추이를 관찰하고 있다. 정부 일부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의 의견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빅3지역' 에서 선거등록전과 비교해 아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다. 전문가들은 95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찬종 (무소속) 후보에게 15%이상 뒤졌던 조순 (민주당) 후보가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텔레비전 토론과 뜨거운 선거열기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번의 '텔레비전 토론' 은 방송시간대가 워낙 외진데 (오전10시~낮12시) 박혀 있어 시민의 관심끌기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상황 탓인지 정치무관심층이 넓어져 가고 있는 데다 그나마 미디어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방송토론마저 5%미만의 시청률을 맴돌게 되자 야당엔 비상이 걸렸다. 당연히 여당측은 한결 여유롭다.

고건 후보에 대해 환란책임론.부자 (父子) 병역문제 등의 이슈가 얼마만큼 타오를지 정도가 관심이다.

임창열 (국민회의) 후보와 손학규 (한나라당) 후보가 일전을 겨루는 경기지사 지지율 추이를 놓고 각 진영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계속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후보들이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박빙지역은 강원과 부산.울산이다. 강원지사를 놓고 한호선 (자민련).김진선 (한나라당).이상룡 (무소속) 후보의 3파전이 치열하고 우열판세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기선 특히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공천갈등 후유증으로 공동정권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장엔 안상영 (한나라당).김기재 (무소속) 후보가, 울산시장엔 심완구 (한나라당).송철호 (무소속)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력이 약한 무소속 후보가 불리하게 되고, 양당구도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밖의 호남권 (국민회의).충청권 (자민련).영남권 (한나라당) 은 예상대로 지역연고에 의한 투표성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충청권에서 특히 충북의 경우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키 어려운 형국이다. 또 투표율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전반적으로 여권이 유리하고 야당이 불리하다고 본다. 여전히 국민회의 지지세력의 표 응집력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응집력보다 높다는 것이다.

과거엔 야당성향으로 특징지워졌던 20~30대가 여권지향성을 보이는 반면, '전통적 여당표밭' 이었던 50대 이상은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과거여당' 과 '신여권' 사이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50대 이상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이번 선거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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