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10월 잘하는 게 중요 … 올해도 ‘가을 야구’ 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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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팀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은 지난 11일 사직구장에서 한화에 승리한 뒤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로이스터 감독. [부산=이영목 기자]

제리 로이스터(57)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한국야구 2년차다.

지난해 롯데 감독으로 부임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팀을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올해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했다. 지난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데다 두산에서 홍성흔까지 받아들여 SK·두산과 함께 3강으로 꼽았다.

초반 예상은 빗나갔다. 시즌 초 롯데는 바닥을 헤맸다. 하지만 주장 조성환과 에이스 손민한이 복귀하며 6연승했고, 순위도 8위에서 6위(15일 현재)로 상승했다. 4위 삼성과 2경기, 5위 히어로즈와 1.5경기 차다. 롯데는 이번 주 삼성 및 3위 KIA와 차례로 3연전을 벌인다. 중위권 도약 여부가 가려지는 중요한 일전이다. 15일 로이스터 감독을 만나 시즌 전망을 들었다.

◆4강? 당연한 이야기=“성적 부진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로이스터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신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4·5월만 잘해서는 소용이 없다. 8·9·10월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롯데는 4월(8승15패), 5월(11승15패), 6월(7승5패)로 갈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강민호와 가르시아가 살아나고 있다. 강민호는 타격 폼을 고쳐 밸런스를 잡았다. 가르시아도 왼쪽 어깨를 올리는 타격 폼으로 수정한 덕에 유인구에 방망이가 잘 안 나간다. 최근 손민한이 복귀하면서 선발 로테이션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불펜의 핵심인 강영식도 2군에서 돌아온다. 이제야 시즌 전 구상한 온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고 상승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후반기 연승 기억도 자신감을 북돋운다. 롯데는 지난 시즌 7월 부진해 5위로 처졌으나 후반기 팀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내달리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 저력을 로이스터 감독은 믿고 있었다.

◆롯데 선수들이 훈련이 부족하다고?=‘올 시즌 롯데의 부진이 자율야구로 인한 훈련량 부족 때문’이라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 로이스터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40년 야구 경험에 비춰봤을 때 운동량이 많다고 잘하는 게 아니다. 리그 최고타자 김현수(두산)보다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누구나 김현수처럼 타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해야 할 훈련은 다하고 있다. 못하는 원인을 고쳐가는, 각 선수에게 필요한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보다 훈련량이 많은데 성적이 낮은 팀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야구 점점 강해진다=그는 “한국야구는 지난해보다 더 성장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더 공격적이다. 마운드와 타석에서 두려움이 없다. 투수들은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는 피칭이 적어졌다. 타자들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순간을 더욱 반긴다”고 말했다. 이어 “7개 구단 모두 까다로워졌다. 굳이 예를 들면 두산은 경쟁력을 갖춘 팀이고, SK는 득점력뿐 아니라 투수력도 좋아졌다. 히어로즈 타자들은 상당히 공격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야구 발전이 한국 감독들의 뛰어난 역량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수 개인 수준에 맞춰 팀을 운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 기량에 따른 팀 운용력 등 아시아 야구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완성된 선수가 많아 선택 폭이 넓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감독들은 자신의 능력이 아닌 선수 기량에 맞춰 팀을 운용할 수밖에 없으나 아주 뛰어나게 수행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나는 행복한 사람=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가는 곳마다 팬들이 환영해 주고 반겨주셨다”며 고마워했다. 또 “우리(롯데팀)를 보며 야구를 하겠다는 어린이들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지도자 생활 중 가장 행복한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가르치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야구를 가르치면 선수들이 경기 중 알려준 플레이를 성공시키곤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미 익힌 상태에서 빅리그로 올라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고언도 했다. “메이저리그급 기량을 갖춘 선수는 많으나 정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며 “경기 내내 집중해야 한다. 매 타석을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여기고, 수비 땐 항상 ‘공이 내게로 온다’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 어떤 생각으로 야구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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