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스포츠도 DJP연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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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야구는 국민회의, 축구는 자민련 몫?

일전에 프로야구위원회 (KBO) 총재에 국민회의 정대철 의원이 추대됐다.

그리고 21일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에 자민련 박세직 의원이 추대됐다.

정대철 의원이나 박세직 의원에게 특별한 결격사유는 없다.

그들이 수장이 됨으로써 오히려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프로야구에,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의 대부분은 정치를 잊고 싶은 사람들이다. 지저분한 정치에 싫증난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독재체제아래서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돌리기 위해 스포츠를 육성할까. 그런데 왜 스포츠에마저 정치가 끼어드는가.

KBO총재는 예부터 정치권의 낙하산 자리로 유명했다.

17년이 지나면서 언젠가는 이 자리가 정치권의 우산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하고 기대했으나 '국민의 정부' 에서도 양상은 똑같다.

KBO총재는 여전히 정권을 가진 자들의 '한자리' 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 자리가 정치적으로 '딜' 이 가능한 자리로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싫은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야구나 축구나 수장을 뽑아야 하는 실무자들이 우선 편하게 지내자는 생각에서 '실권자' 들을 추대하는 분위기도 문제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선정과정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되며 복잡하게 얽혔던 경험을 갖고 있다.

스포츠는 순수해야 한다. 한골 한골에 흥분하고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팬들의 즐거움을 뺏지 말라.

손장환체육부 기자 〈inh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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