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칼세운 경찰의 비리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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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찰조직에 비상이 걸렸다. 유흥업소로부터 뇌물을 받은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관 5명이 구속되는 등 경찰관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김세옥 (金世鈺) 경찰청장이 내놓은 강경책 때문이다.

"일선경찰관의 비리가 드러나면 지휘관은 물론 동일부서 근무자 전원에게 인사책임을 묻는 '비리 공동책임제' 를 도입하겠다. " 실제로 3일뒤 경찰청은 강남서 사건의 책임을 물어 서장 출신 경무관과 총경을 각각 직위해제했다.

경찰청과 각 지방청은 암행감찰을 실시해 비리경찰관을 색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리척결 의지에도 불구하고 교통법규 위반자와 불법체류 중국동포를 상대로 금품을 뜯은 경찰관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검찰의 내사를 받는 경찰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내부에서는 이렇듯 경찰관 비리사건이 줄을 잇는 것에 대해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번째는 검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경찰의 수사권 독립' 움직임과 관련해 검찰이 '본때' 룰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두번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원부서 등 요직을 빼앗긴 경찰관들이 검찰.언론에 잇따라 제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막이야 어떻든 없는 비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 만큼 경찰관 비리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불신 그 자체다. 물론 국민들은 일선경찰관들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적발된 사건이 '빙산의 일각' 에 불과하다고 보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비리온상으로 지적된 서울경찰청은 동일경찰서 장기근무자 등 9백2명을 다른 서로 전출시키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를 단행했다. 이같은 고육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이철희 사회부기자

〈chlee@joongang.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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