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선거]김정일 주석선출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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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오는 7월26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파행적으로 운영돼온 의회기능을 정상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최고인민회의는 북한 사회주의헌법 (91조)에 열거된 권한만도 20가지에 이를 정도로 법안처리와 인사.재정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90년4월 선출된 대의원이 김일성 사망으로 임기 (5년) 를 무려 3년이나 넘기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정권 반세기동안 6.25전쟁으로 인해 1기 대의원이 9년간 재임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새 대의원 선거가 관심을 끄는 것은 김정일의 주석취임 여부. '주석을 선거 또는 소환' 하는 권한을 지닌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일이 그동안 미뤄오던 주석직에 오를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10월 당총비서에 추대된 김정일은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주석직을 겸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군림할 것이란 분석이다.

오는 9월9일이 북한정권수립 50주년인데다 북한언론들이 이를 부각시키고 있어 이같은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헌법개정을 통해 주석직을 폐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북한권력의 변화를 읽는 기상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당과 정부, 군부는 물론 사회단체와 재일 (在日) 조총련까지 망라해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김정일시대를 이끌어갈 북한권력의 중추가 드러날 수 있다. 지난달 여성동맹위원장에서 해임된 김정일의 계모 김성애 (金聖愛) ,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서관희 (徐寬熙) 농업담당비서, 숙청된 청년동맹위원장 최용해 (崔龍海) 의 신상변동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9기에서 함북무산 대의원을 맡았던 김정일이 어디를 지역구로 택할지와 김일성 대의원 자리를 누가 승계할지도 흥미거리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예산 규모도 드러날 전망이다.

이영종 기자〈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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