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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달방영 KBS2 미니시리즈'킬리만자로의 표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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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 분위기를 드라마로 옮긴다면 누가 극을 이끌어야 할까. 최민수?허준호?

KBS는 대발이 아버지 ( '사랑이 뭐길래' ) 이순재를 택했다. 파격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감칠 맛 나는 대사로 호평받고 있는 미니시리즈 '거짓말' 후속으로 다음달 8일부터 방영될 8부작 '킬리만자로의 표범' (KBS2 월.화 밤9시50분) 은 "IMF 울분 완전 격파" 라는 머리띠를 질끈 동여맸다.전편 '거짓말' 과는 1백80도 표정을 바꿨다. 이순재는 대학교수다. 집단 성폭행이라는 극악한 범죄로 아들과 며느리를 잃었다.

그 충격에 손자는 정신병자가, 손녀는 소매치기가 됐다. 교수는 복수심에 불탄다. 그의 분노는 정치인.범죄자.호화사치자들을 향해 폭발한다. 흐릿한 법의 심판을 거부하고 직접 응징에 나선다.

젊은 킬러를 기른다. 혹독한 훈련. 보복을 시작한다.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전 국회의장은 금괴에 맞아 죽는다. 기업체를 빼앗기 위해 매국적 행위를 일삼은 국가정보기관 제2인자는 이순재의 총에 맞아 세상을 하직한다.

악덕 사주의 돈을 빼앗은 뒤 임금을 착취당한 조선족 여인에게 건네준다. 김지하의 시 '오적 (五賊)' 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뒤섞은 뒤 의적 일지매를 얹은 듯 하다.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간명하다. 윤흥식 책임 프로듀서의 말. "모두가 극도의 스트레스에 짓눌려 지내는 시대입니다.

이런 분노를 뿜어내도록 해 대리만족을 주는 것 역시 드라마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볼 거리도 대거 포진시켰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연기에 나서고 영화 '투캅스3' 의 주역 권민중은 피아노 솜씨를 뽐낸다.전양자는 숨겨진 태권도 솜씨를 공개하고 박인환은 마술 묘기를 보여준다.

거기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첫사랑' 의 이응진PD가 엮어가는 권민중의 로맨스까지 곁들이면 시청자들을 TV앞에 붙들어 둘 요소는 완비한 셈. 하지만 폭력.선정물로 빠질 위험 요소도 곳곳에 보인다. "죽이는 장면 등은 암시적으로 처리하고, 이순재도 결국 숨지게 하는 등 권선징악의 틀을 지킬 것" 이라고 제작진은 말한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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