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대규모 시위 봉쇄…오늘 개역위 명단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이영렬 기자]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조기 총선실시 약속에 따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개혁위원회 구성이 임박한 가운데 5천여명의 학생들은 자카르타 국회의사당을 점거, 수하르토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20일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관계기사 9, 21면> 또 하르모코 국회의장은 이날 의사당에서 학생대표들과 가진 면담에서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22일까지 사임할 것을 요구했음을 밝힌 것으로 면담에 참여했던 한 학생 대표가 기자들에게 밝혔다.

하르모코 의장은 "22일까지 회답이 없으면 의회 지도부가 각 정파 영수들에게 비상의회 소집을 준비토록 지시할 것" 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수하르토 대통령에 대한 하야 압력도 계속되고 있다.

또 사딜라 무르스지드 국무장관은 이날 수하르토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위원회 초대위원 명단이 21일 발표될 것이며, 조기 총선에 관한 법률 초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내년 1월 총선실시 뒤 3월께 대통령 선출기구인 국민협의회 (MPR) 를 새로 구성,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하르토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20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시위는 군경의 원천 봉쇄와 유혈사태를 우려한 회교지도자의 시위계획 취소로 무산됐다.

이날 오후 의사당에는 대학생 2천여명이 버스편으로 도착, 농성에 가담했다.

또 수라바시.메단.반둥.솔로.족자카르타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군인들은 시위대 집결 예정지인 대통령궁 근처 모나스 국립공원을 탱크와 철조망으로 완전 봉쇄했으며 자카르타 도심지 주요 도로에서도 철조망을 치고 행인들을 통제했다.

현지 신문 레푸블리카지는 15만명의 군인들이 자카르타 시내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수하르토의 즉각 사임을 촉구하며 '국민 각성의 날' 90주년 기념일인 20일 1백만명 규모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던 이슬람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오전 라디오와 TV를 통해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시위 계획을 취소한다" 고 밝히고 의사당에서 농성중인 대학생들과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26일 열릴 예정이던 인도네시아 외채 상환 만기연장 협상이 인도네시아 내부문제와 불확실성 때문에 다음달 초로 연기됐다고 도이체방크 대변인이 20일 밝혔다.

〈sk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