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조 “현수도 공에 쓰인 글씨 보았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8호 16면

장효조(삼성 스카우트)씨는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교타자로 꼽힌다. 그는 “김현수는 공을 볼 줄 안다. 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 시간이 동물적일 만큼 짧다.

극단적으로는 홈플레이트까지 공을 가져다 놓고 때려내는 느낌이다. 배트 스피드가 느린 것 같지만 대신 헤드(방망이 중심 윗부분) 스피드가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거꾸로 잡고 쳐도 3할 친다’는 타자가 전성기의 장효조였다. 전설 아닌 전설 중 하나가 공에 쓰인 글씨를 볼 정도로 놀라운 선구안을 가졌다는 얘기다. 장 스카우트는 “동대문구장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세 번 정도 경험한 것인데… 투수가 던진 변화구가 들어오다가 잠시 스피드가 줄어들 때가 있다. 그때 공에 찍혀 있는 ‘대한야구협회’ 공인 마크 글씨를 본 적이 있다. 김현수를 볼 때마다 그도 혹시 그런 경험을 요즘 가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1960∼70년대 전설의 강타자 박영길(전 삼성 감독)씨는 앞으로 나올, 유일한 타격 3관왕(홈런-타율-타점) 후보로 김현수를 꼽는다. 박 전 감독은 “홈런타자야 앞으로 계속 나온다. 그러나 30개 이상 홈런을 치면서 타율 3할5푼대로 갈 수 있는 타자는 갈수록 더 드물어질 것이다. 장타와 타율을 모두 갖추기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김현수의 스윙을 놓고 “장효조의 정확성과 김태균·이대호의 파워를 겸비한 타자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을 연상케 하는, 매우 정교한 중장거리포로 더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수의 4할 등극 가능성은, 매년 대단한 페이스의 타자가 탄생할 때마다 지나가는 에피소드처럼 올여름이 지나가면 또다시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4할 타율은 쉽지 않은, 전설의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백인천 당시 MBC 청룡 감독이 선수 겸 감독을 하면서 일궈낸 기록이다. 당시 타율은 80경기 중 72게임에 나서 4할1푼2리.

그러나 백인천은 당시 일본 프로야구에서 20년을 뛰고 온 사람이다. 한국 야구와 일본야구의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 나던 시절. 82년의 한국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는 커브와 슬라이더 둘 중 하나였다. 여섯 가지 이상의 변화구가 있고, 마운드 분업화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2009년 프로야구에서 4할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