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한국은 ‘주의’ 현 단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경보를 최고 단계인 6단계(대유행)로 격상했지만 한국은 현행 ‘주의’(Yellow) 단계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의 국가 재난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뉜다.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은 12일 “국내 확진환자 대부분이 해외에서 감염됐고 아직 지역사회 내에서 유행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단계를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관계 전문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앞으로 해외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집단환자가 나오면 단계를 올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5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12일에는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검역과 발병 감시 체계를 현재와 다름없이 운영하면서 학교·복지시설·군부대 등에서 집단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기로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유학생과 외국인이 몰려드는 사설 학원과 국제학대학원을 특별 감시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 주까지 1만 개의 격리 병상을 마련하고 신종 플루 백신 130만 명 분을 조기에 확보키로 했다.

한편 WHO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플루 경보를 6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고려한 게 아니라 ‘지리적 확산’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독성이 강해져서가 아니라 여러 대륙으로 확산돼 경보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WHO는 이번 조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12일 현재 신종 플루 감염자는 74개국 2만9669명이며 사망자는 멕시코 108명, 미국 27명 등 145명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전 세계 3분의 1이 넘는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WHO는 4월 23일 멕시코와 미국 정부로부터 신종 플루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한 뒤 2~3일 간격으로 경보 수위를 높여 왔다. 신종 플루가 미국과 멕시코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하자 4월 29일 ‘대유행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5단계로 경보 수준을 올렸다. 이후 신종 플루가 계속 확산되면서 6단계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중국·일본·영국 등이 “경보 수준을 성급하게 올리면 세계에 불필요한 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해 신중을 기해 왔다.

WHO가 경보 단계를 올렸지만 각국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는 WHO의 결정에도 현행(5A) 경보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현옥·김은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