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유망주 임용규 “이형택 선배 판박이 … 저야 영광이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무슨 말씀이세요. 저야 영광이죠. 하하하.”

‘제2의 이형택’으로 불리는 테니스 유망주 임용규(18·안동고·사진)가 진지하게 말을 잇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안동중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형택(33·삼성증권)의 뒤를 이을 테니스 꿈나무로 주목받았다.

실력뿐 아니라 가느다란 눈매와 순박한 표정도 비슷해서 ‘이형택 동생’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임용규에게 “이형택과 닮았다고 하면 서로 불쾌해 한다던데 사실이냐”고 농담을 건네자 펄쩍 뛰면서 “나로선 무한한 영광”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런데 형택이형은 그 말 들으면 아무 말 않고 그냥 웃기만 한다”고 말했다.

임용규는 11일 끝난 제53회 장호배 주니어테니스에서 대회 사상 처음으로 4연패를 달성했다. 4년 전 중학생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한 이후 한 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우승을 거듭할수록 부담도 생겼지만 결국 대기록을 세워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임용규는 키 1m83㎝, 몸무게 80㎏의 당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힘이 넘치는 스트로크와 서브가 장점이다. 올 3월부터 인도, 대구, 김천 퓨처스대회(국제 성인대회 중 최하위 등급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달에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대표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기만성형인 이형택과 달리 임용규는 일찍 꽃을 피웠다. 중학생 때부터 ‘포스트 이형택’의 선두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임용규가 4연패를 달성한 장호배 주니어대회에서 이형택은 한 번도 우승한 경험이 없다.

임용규에게 “이형택 선배가 우승을 못 해본 대회를 네 번이나 제패했으니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뜻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선배님이 못 했던 걸 했으니 더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주변의 기대가 커서 부담도 되지만, 오히려 쏟아지는 관심이 즐겁다”고 말했다.

계획도 뚜렷하다. 임용규는 “퓨처스대회 우승을 발판으로 올해는 랭킹을 300위권(현재 469위)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챌린저 대회로 한 단계 올려서 후반기에는 우승까지 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물론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을 만나도 힘과 스트로크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플레이오프(7월 10일·춘천) 출전을 앞두고 있는 임용규는 “아직은 대표팀에서 역할이 미미하지만 형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형택 선배님이 마주칠 때마다 격려해 주셔서 힘이 난다”고 웃었다.

 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