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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대통령 기념관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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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10년 8월 29일 우리나라는 주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독립국가의 신분을 상실하였다. 누구의 잘못으로 우리 민족에 이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후 일본은 우리의 글을 못 쓰게 하고 창씨개명을 통해 민족 말살을 시도하다가, 45년 8월 15일 연합국에 패망해 모든 야욕을 포기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은 나라를 찾았지만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또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

을사오적이 없었고 고종이 현명하였다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 김일성과 이승만은 없고 김구와 김규식은 있었다면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을까. 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을사오적이 없었더라도 다른 매국노가 나타났을 것이고, 김일성과 이승만이 없었더라도 소련과 미국에 협조적인 다른 정치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 명의 매국노도 없고, 소련과 미국에 협조적인 단 한 명의 정치가도 없었다면 우리는 나라를 빼앗기지 않고, 통일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도 역시 부정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민족은 당시에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고, 광복 후에는 통일정부를 독자적으로 수립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권을 빼앗긴 것과 국토 분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일본·미국·중국·소련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지도자들의 분열과 국민 각자의 능력 부족으로 국력이 약했던 것이 한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상해 임시정부에서 이승만과 박은식 두 분의 대통령을 선출하고, 광복 후 열 분의 대통령을 배출하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은 많은 국민으로부터 견디기 힘든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들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일제가 수탈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 기적은 대통령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묵묵히 생업에 충실하고, 시대에 맞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현명한 국민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지혜를 모아 일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면 대한민국은 독일·일본과 어깨를 겨루는 선진국이 될 것이며, 민족의 소원인 평화 통일의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모든 대통령과 가족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죄인으로 연대책임이 있으며, 무궁화대훈장을 죄수 목의 칼로 생각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여 국민에게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 국민은 독립기념관에 역대 대통령 기념관을 마련하여 최대의 칭송과 추모를 할 것이다. 온 겨레가 태극기 들고 환호할 그날이 우리 생전에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정욱 한림성심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