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앞뒤 안맞는 KBO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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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명의 심판이 경기를 마쳐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13일 잠실 LG - 롯데전에서 김호인 주심은 8회말 LG 이준용의 파울타구에 왼쪽 어깨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할 수 없이 1루심 허운씨가 주심으로 자리를 바꿔 3명의 심판이 경기를 속행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까지 5명이 한조이던 심판을 올해 4명으로 줄여 대기심판이 없었던 탓이다. 이유는 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것.

14일에도 잠실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7회말 LG 심재학의 타구에 최규순 주심이 배를 맞고 쓰러져 역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날은 마침 관전하고 있던 황석중 심판부장이 급히 3루심으로 투입됐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야구위원회 (KBO) 는 대기심판을 없애야 할 정도로 궁핍한가. KBO는 지난달 잔여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는 박종환 전사무총장을 강제퇴진시키면서 잔여임금과 퇴직금으로 1억수천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구단주들은 홍재형 총재에게 퇴임압력을 넣었고 결국 결격사유가 없는 박전총장은 KBO를 떠났다.

뿐만 아니라 사장단들이 "경제사정도 좋지 않으니 후임총장을 선임하지 말자" 는 의견을 내자 홍총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구단주들은 홍총재가 사의를 표한 뒤 새로운 총재를 물색하며 총장 후임자도 물색하고 있다.

돈을 꼭 써야 할 곳에는 아끼다 망신당하고 구단주들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큰 돈도 마구 쓸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로야구계다.

성백유 기자

〈caroli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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