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완전월급제 실시회사, 적자 늘고 경영 나빠져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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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시남구야음동 택시회사 화진교통 (사장 徐國子.51) .지난 4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노사합의에 의해 택시기사 완전월급제를 실시, 화제가 됐던 회사다.

한달이 지난 지금, 그러나 노.사는 모두 시름에 차 있다. 적자가 더 늘었고 운전사들도 고정급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회사의 경영이 나빠져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당초 월급제후 매달 4천5백만원 (이하 감가상각포함) 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측 예상적자는 3천8백만원. 그러나 첫달인 4월 5천5백여만원의 적자를 봤다. 월급제 전 3천만~4천만원보다 훨씬 많다.

이 회사 운전사들 (1백23명) 은 월급제 실시후 하루평균 15만~16만원의 수입금을 회사에 입금했다. 많게는 20만원 안팎, 적게는 11만~12만원을 불입했다. 그전에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하루 10만9천원이었다.

반면 이들이 지난 6일 받아간 월급은 1백20만~1백32만원. 월급제를 실시하기 전인 사납금제 때의 월급은 1인당 45만~47만원이었다. 회사측의 수입금은 하루 40~50% 느는데 그쳤으나 임금지출은 3배로 늘었으니 적자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운전기사들도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사납금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평균사납금을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나 회사의 적자폭이 커지다 보니 부담이 된다는 것. 한 노조 관계자는 "하루 근무시간 13시간 (3백50㎞정도 운행) 이상을 '그야말로 열심히' 뛰어야 평균 수입금을 맞출 수 있다" 고 말했다.

또 월급이 늘어난 만큼 세금이 늘어난 것도 운전사들을 서운케 한다. 4월 새로 입사한 운전사 10명중 4명이 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것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회사측에서 운전자들에 대한 불신이 서서히 싹트고 있는 것도 문제. 회사관계자는 "하루 운행거리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운전자중 30%는 수입금이 턱없이 적다" 고 지적했다.

회사측은 일부 기사들의 불성실 근무나 소위 '삥땅' 등 비양심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적자증가 소식이 퍼지자 택시업계는 "월급제는 물건너 갔다" 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울산시도 다른 회사들에 월급제 시행을 밀어 붙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긍적적인 면도 없지않다. 기사들의 난폭운전이 줄었고 근무태도.복장.용모 등 서비스는 크게 개선됐다. 노사 양측은 그래서 최근 '월급제 성공'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울산 =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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