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역사학계 학술교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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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한.미 역사학계의 학술교류가 활발하다.11~13일 캐나다 뱅쿠버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 라는 주제로 제4회 아.태한국학대회 (PACKS)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한국학자 약 50명이 발표자로 참석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 (소장 유영익) 는 지난 4월 처음으로 한.미 역사학 관련 '해외 한국학 세미나' 를 개최한 이래 올해안에 여섯번의 연속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양국 교류가 소원했던 것은 대체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수용한 미국학계 연구가 우리의 민족주의적 학계 풍토와 워낙 큰 인식 차이를 보여왔기 때문. 핵심 쟁점은 조선과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견해차. 자본주의의 내재적 발전론을 주장하는 국내학자들과 달리 일제시대 기원론을 주장한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외에 조선시대를 역동적 사회가 아니라 '양반계급의 일체성과 지속성' 이 강한 안정적 사회로 본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대) , 대원군의 개혁을 조선왕조 권위를 회복하려는 보수적 개혁이라 주장한 제임스 팔레 (워싱턴대) 도 이에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 주장이 실증적.논리적이어서 반박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러나 최근 신기욱.헨리 임.존 던컨 (UCLA).최경 (인디아나대).던 클럭 (택사스대).김선협 (USC).챨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마이클 신 (시카고대) 등 국내 대학 출신 또는 한국인 2세들이 한국사 연구의 주요 연구인력으로 등장함으로써 우리의 민족주의 사관과 미국의 연구성과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학자들을 비롯 미국.캐나다.일본.호주 등 태평양지역의 한국학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24개 패널에서 1백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이번 아.태한국학대회는 이 점에서 양국의 한국학 연구의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창호·이동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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