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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MBC'전원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농촌 환경 변화에 발맞춰 지난 96년 MBC 일요드라마 '전원일기' (극본 이해수.연출 장근수) 는 아역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금동.복길.영남이 등 김회장집과 이웃의 2세들을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드라마의 배경도 점차 도시권으로 편입돼 가는 현대적 농촌으로 바꿨다. 이렇게 드라마의 외형적 틀에선 시류를 타고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미덕이었던 따뜻한 인간애를 간직한 공동체의 묘사가 들쭉날쭉하는 등 90년대 말에 이른 전원일기의 정체성 모색은 아직도 안개 속 길찾기다. 10일 방송된 '어려운 문제' (8백59회) 편은 어버이날을 계기로 일용 엄마가 며느리에게 가졌던 서운함을 터트리면서 생긴 고부간의 갈등을 다뤘다.

이와 함께 농약을 잘못 사용했다가 손해를 보게된 종기엄마의 이기심을 통해 수입 농산물과 차별 대우를 하는 농약 규제의 허실을 고발했다. 하지만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지 않고 분리된 채 전개돼 한 드라마를 둘로 나눠 본 느낌이다.

요즘 전원일기는 '며칠간의 행복' (8백51회) , '맹모삼천지교' (8백56회) 등 척박한 농촌 현실을 계몽적 색채로 다루거나 도시 처녀를 사랑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사랑을 포기하는 비련의 주인공 금동의 연애 이야기와 마을 사람들의 각종 해프닝 등 다양한 소재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에피소드의 평이한 나열에 그쳐 시트콤 '금촌댁네 사람들' 을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얘기대로 "어딘지 고향에 다녀온 느낌" 을 주는 전원일기의 미덕은 정보 전달과 웃음 거리, 사랑 이야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농촌 사람들 뿐만아니라 도시 시청자가 전원일기에 보냈던 사랑의 내력에는 드라마 끝에 남는 잔잔하면서도 짙은 감동 때문이다.

또 우유부단한 듯 하면서도 심지가 굳었던 김회장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졌던 전원일기 1세대 인물들이 일방적으로 착하기만 하거나 갈등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등 드라마에서 생동감을 갖지 못하는 문제는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 전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과제다.

정용환 기자

〈dalux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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