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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근로]3D 기피 극심…사무직은 대부분 참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사무실 업무는 붐비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험한 일은 기피한다 - ' 이달초부터 실직자를 위해 마련된 공공근로사업장에도 3D작업을 기피하고 사무직을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 = 혜화동로터리에서 교통안내 공공근로를 하던 金모 (39.여.종로구부암동) 씨는 3일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다 실직한 金씨는 하루 5~6시간 길에 서있어야 하는 일이 힘들고 행인들의 눈총이 창피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성내천.탄천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을 하는데 40명을 배정했으나 이중 25%인 10명이 첫날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주로 사무직에 종사했던 이들은 몸으로 때우는 일이 힘들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공공근로를 중도포기한 사람은 9일 현재 하루 평균 1천6백31명. 당초 배치됐던 5천1백14명의 32%에 이른다.

분야별로 보면 불법광고물을 뜯어내거나 청소를 하는 도시가로정비가 가장 많아 5백39명중 45%인 2백43명이 불참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서류정리를 하는 농지소유조사의 경우 전체 24명중 2명만이 안나왔다.

◇인천 = 1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 14개 공공근로사업중 섬지역에서 벌어지는 해안쓰레기 수거작업에 배정인력 (1백95명) 의 39%만이 참여했다. 현장까지 거리가 먼데다 비교적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 또 산을 오르내리며 일을 해야하는 산불감시에는 희망자의 66%, 야간에 일을 해야하는 자율방범 활동에도 배정인원 가운데 70%가 출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인천전문대 도서관자료정리에는 희망자 전원이 나왔으며 농지 원부 (原簿) 정리에도 91%가 참석했다. 사무보조를 주로 하는 지자체 중점사업에도 비교적 높은 출석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는 이들 작업의 일당은 실외 작업들에 비해 5천원이 싼 2만원. 그래도 궂은 일이 아니라 인기가 높다. 인천시 실업대책상황실의 朴창국계장은 "힘든 일을 맡게된 신청자들의 경우 하루나 이틀 일하다 안나오는 사례가 많다" 고 말했다.

◇경기 = 수원시의 경우 도로.공원변에서 풀을 뽑거나 불법광고물을 뜯어내는 도시가로정비에는 신청인원 21명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불참했으며 직접 삽을 들고 나서야 하는 제방보수에도 40명중 20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반면 각 구청 안에서 근무하는 농지 원부정리는 5명중 1명만이 다른 곳 취업으로 불참했고 유적지인 화성 (華城) 순라꾼에는 11명 전원이 나와 일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경원대등 대학 도서관 자료정리에는 13명중 2명 (취업 1명) 만이 포기했으나 군부대 시설 정화에는 5명중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또 정수사업소 주변정리도 6명중 4명이, 청소기동대는 54명중 36명, 위험제방 보수는 50명중 20명이 불참하는등 노동을 하거나 궂은 일은 기피하는 현상이 뚜렸했다.

평택시의 경우도 산으로 올라가 잡목이나 풀을 뽑거나 쓰레기를 줍는 산지정화에 11명중 6명이, 기동청소는 15명에 7명이 포기하는 등 절반이상이 힘든일을 기피했으나 도서정리에 투입된 3명은 모두 출근했다.

성태원·정재헌·문경란 기자

〈seongt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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