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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60> 마음 속 ‘내비게이션’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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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과연 어떨까요? 우리가 직접 ‘2500년 전의 고타마 붓다’를 만난다. 또 ‘2000년 전의 나자렛 예수’를 만난다. 어떨까요? 라이브로 듣는 붓다의 직설에 자동으로 깨달음을 얻게 될까요? 아니면 예수가 풀어내는 생생한 몇 마디에 천국의 문이 ‘스르르’ 열릴까요? 놀랍게도 붓다와 예수는 이 물음에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풍경1 : 2000년 전이었죠. 몰려든 군중을 향해 예수가 말했습니다. “나에게 ‘주여, 주여’한다고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태복음 7장21절) 그리고 이 말을 보탰습니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리고,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다.”(마태복음 7장24~25절) 그렇군요. 예수는 “주여! 주여!”하는 추종과 열광보다 “내 뜻대로 행함”에 방점을 찍었던 겁니다.

#풍경2 : 2500년 전이었죠. 목갈라나(붓다의 제자)가 붓다에게 물었습니다. “똑같이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도 어째서 누구는 열반을 얻고, 누구는 얻지 못합니까?” 붓다는 이렇게 답했죠. “라즈기르(인도의 지명)로 가려는 사람이 와서 그대에게 묻는다. 길을 가르쳐 달라고. 그대는 대답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떤 마을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도시가 보입니다. 더 가면 아름다운 공원과 숲, 들판과 연못이 있는 라즈기르가 보일 겁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 서쪽으로 가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대의 충고와 안내를 따라서 라즈기르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다. 그 이유가 뭔가?”

목갈라나는 대답했죠.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다만 길을 안내했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붓다가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다. 어떤 제자는 나의 충고와 안내를 듣고 최상의 목표인 열반을 성취할 것이고, 어떤 제자는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내가 어찌하겠는가? 여래는 다만 길을 안내할 뿐이다.”

그렇습니다. 붓다와 예수의 가르침은 ‘내비게이션’입니다. 그게 경전이죠. 어디서 좌회전하고, 어디서 우회전하고, 어디서 유턴을 해야 할지를 가르쳐주죠. 덕분에 난생 처음 보는 다리와 언덕, 숲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는 거죠. 지금껏 한 번도 밟아보지 않았던 땅을 밟으면서도 그 길을 갈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내비게이션의 메시지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참 중요하죠.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선 자칫하면 ‘미아(迷兒)’가 되기 십상이니까요.

사람들은 그래도 투덜대죠. “경전의 양이 너무 방대해.” “핵심만 콕콕 찔러줘.” 당시 사람들도 그랬을까요? 예수는 ‘요약 총정리’도 내놓았죠. ‘성서 중 성서’로 불리는 ‘산상수훈’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예수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팔복(八福)’이죠. 그 ‘팔복’이 바로 우리를 온전히 ‘예수’ 안에 거하게 하는 구체적인 길입니다.

그럼 붓다의 ‘요약 총정리’는 뭘까요. 바로 ‘팔정도(八正道)’입니다.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이죠. 한자어라 좀 어렵죠? 그중 하나만 꼽으면 ‘정견(正見·바른 견해)’입니다. 인간과 세상, 그리고 우주의 이치에 대한 바른 이해가 ‘나’를 허물기 때문이죠. 그걸 통해 붓다와 하나가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둘 다 ‘8(팔)’이네요. ‘여덟’로 겹치네요. 우리가 할 일은 딱 하나죠. 거기에 주파수를 맞추는 겁니다. 그럴 때 우리가 옆구리에 낀 내비게이션(경전)도 “삐리~릭!”하고 작동을 시작하겠죠. 거기에 맞춰 한 걸음씩, 발을 떼는 겁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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