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배 세계바둑]이창호-유창혁 삼세판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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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연말 연시에 이창호9단은 스승 조훈현9단과 5번의 국내타이틀전을 벌여 전승을 거뒀다. 여세를 몰아 세계대회마저 휩쓸려는 李9단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다름아닌 유창혁9단. 충암고 선배이자 9살 위의 라이벌인 劉9단은 이미 LG배준결승에서 李9단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오는 11일부터 이창호와 유창혁은 제9기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미뤄두었던 승부를 재개한다. 1대1의 팽팽한 상황에서 결승3, 4, 5국을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잇달아 펼치는 것이다.

'결승전까지만 가면 이창호9단을 당할 자는 아무도 없다. ' 는게 그간의 통설이었다. 모든 전적이나 기록으로 볼 때 李9단이 세계최강의 실력자인건 분명하지만 바둑의 특성상 단판승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5번기로 펼쳐지는 결승전이라면 李9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얘기였다.

사실 李9단은 5번기에서는 90% 이상의 무서운 승률을 보이고 있다. 劉9단과의 상대전적에서도 92전62승30패. 3판중 2판은 이기고있다. 그러나 李9단은 결정적인 고비에서 劉9단에게 패퇴했던 전력을 갖고있다.

국내기전에선 왕위전과 기성전, 국제무대에선 應씨배와 삼성화재배등 큰 대회에선 번번히 劉9단에게 꺾이곤 했다. 이번 동양증권배 결승전은 지난달 20일 첫판을 두어 李9단은 흑번 (黑番) 을 무난히 승리했다.

그러나 이틀후의 2국에서는 劉9단이 반집승을 거두며 1대1을 만들었다. 이창호에게 유창혁이란 존재는 심리적으로 까다롭고 거북한 존재일까. 李9단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스토리는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지금도 프로들의 여론은 여전히 李9단의 승리를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3판2승으로 좁혀진 지금 승부는 단판승부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두사람 다 흑바둑에 강한 만큼 아마도 흑차례에서 지는 쪽이 무너질 것이다. 대국은 11, 13, 15일. 우승상금은 1억2천만원 (준우승 4천만원) .바둑TV가 3국 모두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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