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구조조정 추진현황' 발표를 계기로 대기업이 추진중인 개혁의 방향이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의 이날 발표 내용에는 그동안 대기업 개혁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내용들이 상당부분 구체화돼 있어 7~8일중 발표 예정인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 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개혁이 제대로 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을 감안해 보다 진전된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고 평가했다. 삼성도 이날 "최근 사회 일각에서 대기업 구조개혁의 내용과 속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데다 고용불안에 대한 노동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차원에서 발표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삼성의 발표내용은 ^사업구조 축소 재편^50억달러 외자유치 추진^부채비율 감축^고용안정 방안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차사업 관련 내용. 삼성은 그동안 되도록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하던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해외 전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및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에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방향은 '국가와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 이라고 제시했다.
외부 상황변화를 감안해 보다 신축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동차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의지는 분명히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의 지분만 갖고 경영은 하지 않는 형태로의 분리 문제도 검토해볼 수 있지만 외자 제휴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또 외자유치.고용안정 문제와 관련,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 처리에 있어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고통분담 (인건비 조정) 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업난 완화를 위해 신입사원 채용도 규모를 조금 줄이되 중단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사리 결론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관리 기준으로 10개인 업종을 전자.금융.서비스를 포함한 4~5개로 줄이는 방안도 칼로 두부 자르 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은 당장 이날 발표에서도 "종업원.사업장의 동요와 경영 혼란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며 포기할 업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자부품사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업종내의 구조조정도 병행키로 했지만 이 부분 역시 종업원의 일부 동요가 벌써 우려되고 있다.
유규하 기자
〈ryth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