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호우 시조 '바람 벌'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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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 눈물 고인 눈으로 순아 보질 말라

미움이 사랑을 앞선 이 각박한 거리에서

꽃같이 살아보자고 아아 살아보자고

- 이호우 시조 '바람 벌' 중

시조시인 이호우 (李豪雨.1912~1970).이영도 오누이는 아름다웠다. 그 시조에도 노래하고 있듯이 그들의 할아버지도 율 (律.한시) 을 지었다 하니 꽤 시의 혈통이었다.

누이는 분칠한 각시였고 오라비는 막걸리 한 말도 좋은 투박함이었다. 유자 껍질 같은 얼얼한 정의 (情誼) 는 뒤 세대에는 거의 드문 노릇이었다.

시조가 이 오누이에게 와서 한번 더 현대시조가 됐다. 이미 고시조의 가락이 아니었다.

그런데 동족상잔의 전란을 겪고 살아오면서 시조에 담기는 것은 도리어 묵은 인심이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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