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트레스 주지 않는 과외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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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녀의 과외학습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요즘 학부모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불법과외를 엄단하겠다는 강한 발표 이후 학부모들은 헷갈리는 단속지침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친족의 과외만 허용한다느니, 품앗이 과외는 불법이니, 학습지 방문지도는 어떻게 되는지 뭔가 딱 떨어지는 지침이 없어 혼선을 부르고 있다.

2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줄여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학부모까지 죄의식에 사로잡히는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가 단속하겠다는 대상은 불법과외다.

상례적 수준을 넘어서는 고액을 받는 학원강사나 현직 교사, 예체능 지도를 하는 대학교수의 과외지도가 대표적 불법사례다.

또는 이른바 쪽집게 과외라는 명목으로 소수 학생들을 모아놓고 고액을 챙기는 변태적 과외행위다.

10명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과외도 이 경우에 속할 것이다. 실제로 사회문제가 되는 불법과외는 이런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주범은 이런 유의 불법과외다.

단속대상을 사회악적 불법과외에 국한해야 실질적 단속이 이뤄질 수 있다.

모든 과외를 범죄시할 경우 자녀와 학부모는 괜히 주눅이 들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삼촌은 되고 외삼촌은 안된다는 식의 미시적이고 좁은 지침을 두면 모든 학부모가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한달동안 검.경.교육청이 합동단속을 한다 했지만 실적이 없다.

소문만 무성해서 누가 걸렸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방송이 학부모간에 전해져 서로 가슴을 졸일 뿐이다.

시간을 끌 게 아니라 불법 과외단속의 큰 테두리를 정하고 이를 집중 단속하는 방침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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