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르는 유로시대]3.<끝>네덜란드·프랑스후보 예측불허 대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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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음달 2일 브뤼셀의 유럽연합 (EU) 특별정상회담에서 EU 정상들은 유럽단일통화를 실은 '유로호 (號)' 의 발사 단추를 누르게 된다.

탑승자는 이미 '유로랜드' 11개국으로 정해져 진짜 관심의 대상은 유로호의 첫 운항을 맡게 될 6명의 승무원 명단이다.

단일통화의 정상궤도 진입이 이들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장을 놓고 회원국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 막판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초대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 후보는 두 사람이다. ECB 전신으로 과도기구인 유럽통화기구 (EMI) 의장을 맡고 있는 빔 뒤젠베르그 전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와 장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예측 불허의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유력한 쪽은 독일이 강력히 밀고 있는 뒤젠베르그였다. 통화가치 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독일 연방은행의 전통에 가장 충실한 인물이라는 것이 독일측 판단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단일통화 참가국들도 이를 승인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세에 밀리는 듯하던 프랑스가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느닷없이 '양보 불가' 를 선언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ECB 소재지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확정된데다 독일이 미는 인물이 총재까지 맡는다면 단일통화의 주도권이 독일로 넘어간다고 프랑스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해묵은 주도권 다툼이 초대 ECB총재 선정을 둘러싸고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질세라 네덜란드는 프랑스의 '대국 (大國) 주의' 를 비판하며 트리셰가 총재가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일단 뒤젠베르그가 초대 총재를 맡되 8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3~4년 후 자진 사임, 트리셰가 자연스럽게 뒤를 잇는 쪽으로 물밑 타협이 거의 이뤄졌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네 자리의 ECB 이사직은 독일.스페인.이탈리아 3개국이 각각 한자리씩 차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연방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원칙론자로 유명한 오트마르 이싱, 스페인 중앙은행총재인 루이스 안젤 로호, 이탈리아 금융감독위원회 의장인 토마소 파도아 시오파 등이 그들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국회 재무위원장과 시르카 하말라이넨 핀란드 중앙은행총재가 경합중이나 유일한 여성 후보인 하말라이넨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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