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차체 살빼기, 8단 변속기 … 불붙은 승용차 연비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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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혼다자동차는 내년부터 경차의 생산과 개발을 계열사인 야치요(八千代)공업에 넘긴다. 개발 인력을 경쟁이 치열한 하이브리드 차량과 소형차 부문에 집중 투입하기 위해서다.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다음 달부터 전기차 ‘아이미브(i-MiEV)’의 판매를 시작한다. 양산 체제를 갖추고 일반 구매자에게 전기차를 파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도요타·혼다에 비해 하이브리드차 기술이 떨어지는 미쓰비시는 전기차 부문에서 앞서기 위해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체가 사활을 건 ‘7년간의 연비 경쟁’이 점화됐다. 2016년까지 승용차 기준 연비 16.6㎞/L를 맞추기 위한 한 판 승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불을 댕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형 자동차부터는 연비가 16.6㎞/L(승용차 기준)를 넘겨야 한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미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 자동차업체는 강화된 연비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하이브리드 등 고연비 차량의 도입을 서두르고, 기존 휘발유 엔진 자동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게 줄이고, 효율 높여라”=자동차부품연구원 유영면 미래형자동차사업단장은 “각국이 제시한 연비 기준은 자동차업체가 판매하는 승용차의 모델별 연비를 판매량별 가중치를 줘 평균 내는 방식”이라며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연비가 높은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의 판매를 늘리거나 기술 개발을 통해 연비가 낮은 기존 차량의 연비를 높이는 두 가지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승용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가솔린 엔진 차량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무게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주요 자동차업체가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이나 강화 플라스틱 등 각종 신소재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덩어리(모듈)를 개발할 때 들어가는 부품 수를 줄여 무게를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의 효율을 높이는 것도 연비 개선과 밀접하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연료 직접 분사(엔진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뿜어 연소시키는 기술)를 채택하면 효율이 좋아진다. 현대·기아차는 고급차용 8단 변속기 개발 외에 4단이 보통인 소형차에는 5단 변속기, 중형차에는 6단 변속기 등 연비 개선에 효과적인 다단변속기 적용을 늘릴 예정이다.

◆“일본 차 넘어설 기술력 갖춰야”=선발 주자인 일본·독일 업체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본 업체는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서 앞서가고 있다. 다만 연비는 좋지만 아직 값이 비싼 게 흠이다. 청정 디젤 엔진은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들이 앞서는데, 연비 25~30㎞/L(유럽 기준) 수준의 기술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까지는 각국이 요구하는 최저 수준의 연비 기준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연비 기준 충족을 넘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현대·기아차에 주어진 과제라고 지적한다.

한양대 선우명호(기계공학)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일본 기업을 뛰어넘을 기술력이나 상품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한국은 하이브리드·청정 디젤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앞선 기술을 가진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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