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일기 책으로 낸 이상우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5년간의 백혈병 투병 생활을 책으로 낸 이상우씨는 “백혈병 투병은 마라톤”이라고 말한다. [조문규 기자]

백혈병 환자 이상우(21)씨는 2004년 중학생 때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식 후 무균실 생활을 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어린 나이의 이씨에게 백혈병은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겼다. 이씨는 5년의 투병 생활을 정리해 『무균실 일기』라는 책을 냈다. 암세포와 싸우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오늘로 딱 1581일이 지났어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스물한 살 이상우씨는 골수 이식이 며칠이 지났는지를 정확히 기억했다.

2004년 1월. 고양시 장성중학교 졸업을 앞둔 이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 전에 가끔 허리 통증을 느끼긴 했으나 그해 1월에는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심했다. 최근 5년은 길었다. B형이던 혈액형이 AB형으로 바뀌었고, 눈이 보이지 않아 절망했고, 폐렴과 싸워야 했다. 2003년 마지막으로 먹었던 초밥과 회는 아직도 입에 댈 수 없다.

4일 이 병원에서는 이씨가 쓴 책 『무균실 일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씨는 5년 동안 설·추석·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보내며 백혈병과 싸운 얘기를 책에 담았다.

“그날처럼 크게 목 놓아 운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큰 소리로 병동이 떠나갈 만큼 울었습니다.”

이씨는 친구들이 졸업하던 2004년의 2월 12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그날. 이씨의 팔에는 항암제가 들어가고 있었다. 네 차례의 항암치료가 이어졌다. 병세가 호전되는 듯하다 그해 10월 나빠지기 시작했다. 뼈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30초에 한 번 날카로운 송곳으로 뼈 곳곳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돼 몸이 깜짝깜짝 놀라는 경련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서 백혈병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이씨는 “어린 친구들은 치료를 단거리라고 생각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백혈병 치료는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외롭게 달리던 그에게 작은 희망이 전해진 것은 2005년 1월. 골수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해 2월 3일 골수를 이식받았다. 본격적인 무균실 생활이 시작됐다. 혼자 손을 씻고 입을 닦았다. 이씨는 “무균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다.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 달간의 무균실 생활에서 “이게 좋은 약이라니까 이 약 들어가면 꼭 나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골수이식을 마치자 숙주반응 때문에 음식을 소화할 수 없었다. 숙주반응은 골수 기증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중요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면역학적 합병증이다. 폐렴으로 입원했고 거대세포 바이러스로 한동안 눈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오랜 약물치료로 오른쪽 대퇴부 고관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5년 동안의 투병생활은 삶의 작은 것을 되돌아보게 했다”며 “이제는 아삭아삭한 사과 한 조각을 먹는 것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책 수익금을 세브란스병원 백혈병 환우회 ‘한울사랑’의 기금으로 내놨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