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실업통계분석] 실업자 90%가 실직자…대졸이상 넉달새 2.5배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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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통상 봄에 졸업생이 취업전선에 쏟아지면서 실업자가 늘다가 여름 이후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3월 실업자 1백38만명중 취업전선에 처음 나온 신규실업자는 14만명으로 한달새 오히려 2만명 줄었다.

나머지 1백24만명이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 전직 (轉職) 실업자다. 최근의 실업사태가 계절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얘기다. 특히 고졸 이상 실업자가 1백만명으로 전체의 72%에 달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고급인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졸 이상 실업자는 지난해 12월 12만명에서 3월 현재 30만명으로 석달새 2.5배로 불어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잠재실업자' 문제다.

취업자로 분류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대표적인 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3월 현재 1백96만명에 달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실제로 가족경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실업자 가운데 마땅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가족 일을 거들면서 소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15만명에 달하는 일시휴직자중에도 고용상태가 불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출산·병가 등으로 휴직한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일할 수 있는데도 회사 형편상 쉬고 있는 무급휴직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주일에 17시간 이하 근무하는 사람들도 취업자로는 분류되지만 정상적인 취업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루 3시간 꼴로 근무한다는 얘기인데 취직했다기보다 아르바이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17시간 이하 근무자는 3월 현재 40만명으로 올들어 7만명 늘었다.

반면 1주일에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1천8백14만명으로 62만명 줄었다. 안정된 일자리가 줄면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예 실업자.취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중에도잠재실업자가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5백만명을 넘는 가정주부들이다.

이들중엔 최근 남편의 실직 등으로 대신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주부들이 일자리를 구하다 지치거나 아예 취업에 엄두를 못낸 채 가정에 들어앉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천3백83만명으로 올들어 20만명 증가했다.

반면 경제활동인구는 2천1백27만명으로 올들어 7만명 줄었다.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지는 데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의 경제불황과 그에 따른 취업난을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수년 후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실업률이 예전처럼 2%대로 복귀하기는 어려우며, 선진국처럼 5%이상의 고실업 구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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