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종교의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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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긴 거 멀쩡한 고3.
학생회장에다
성적은 늘 최상위권….

예배하기가 싫었으면
엎드려 모자란 잠이나 잤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그런데 그렇게도
제 발등 찍을 수도 있나.

학교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아
차별을 당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학교 건립이념이
제한할 수는 없다-.

입시공부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판에…
그 반체제적인 생각을
혼자 했을 리는 없고.
암! 누군가 부추긴 게야.

게릴라처럼 학교 방송실
점거해 제 '소견' 밝히고,
1인 시위한다고
피켓 걸고 나서고.

도저히 '요즘 녀석'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불온한 사상이
주입된 거라니까.

언제나 그런 녀석들이
사회불안을 야기해왔지.
가만 덮어두면
조용할 세상을
지뢰 터진 것처럼
한 차례씩 들끓게 했어.

하지만 그리 쉽게
달라질 세상이던가?
그런 녀석들 출몰할
때마다 달라졌다면
여태까지도 사방에서
개혁을 떠들겠어?

'평화를 바라는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돼.
바람은 지나가게 마련이니까.
뭐든지 바꿔보자는 시절엔
복지부동하는 게 최고지.

*"예외 없이 강요당하는 학교 예배를 거부한다"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제적된 강모(18)군이 지난 13일 "학교 측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송은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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