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관리 암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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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권 이양 2주가 지났지만 이라크의 폭력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4일에는 이라크 전역에서 암살사건과 폭탄테러, 그리고 교전이 발생해 이날 하루만 22명이 사망했다. 주권 이양 이후 최대 규모다. 임시정부가 국가안전법을 발표했지만 테러는 더욱 거세지는 추세다. 다음달 이뤄질 한국의 추가 파병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제2의 혁명="1958년 7월 14일 왕조타도 혁명에 이은 제2의 혁명을 준비하자." 이라크 저항세력이 운영하는 한 홈페이지에 떠 있는 글이다. 이라크 저항단체인 '이라크 이슬람군'은 이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임시정부를 전복해 새로운 혁명을 달성하자"고 주장했다.

14일 이 저항단체의 주장은 현실로 드러났다. 오전에는 바그다드 중심부의 이른바 '그린 존' 입구에서 대규모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수시간 뒤 북부 니나와주(州)의 유수프 카슈물라 주지사를 태운 차량 행렬이 바그다드로 향하던 중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 양측 간 교전이 발생했고 주지사와 경호원 2명, 괴한 4명이 사망했다. 13일에는 임시정부의 산업부 회계감사관이 괴한들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한 이라크 서부 라마디에서도 미 해병대와 저항세력 간 교전이 발생해 저항세력 5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했다.

◇추가 테러 위협=문제는 폭력사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린 존 폭탄테러가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는 14일 이야드 알라위 임정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선언했다.

알자르카위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보낸 성명을 통해 지난주 알라위 총리 자택 인근에서 발생한 박격포 공격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일신과 성전'의 지도자 알자르카위는 성명에서 "우리가 당신(알라위 총리)을 제거할 것"이라며 "임시정부는 평화를 맛보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분석가들은 치안회복이 '난제 중의 난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알야위르 임정 대통령은 "치안을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통령은 또 국가안전법에 따른 계엄령 등 비상조치를 발동해 폭력세력을 소탕해야 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임시정부와 저항.테러세력 간 '한판 승부'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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