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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구조조정 재원마련]자금조달 방법과 정책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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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나아가 대기업의 부채비율 축소등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문제는 정부든 민간이든 이 돈을 댈 여력이 없고 국내 시장 여건 또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원조달이 쉽지않다 = 첫째는 재정적자를 내는 것이다.하지만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쉬워 정부로서도 꺼리는 방법이다.최근 진행중인 IMF와의 협상에서 재정적자폭을 다소 늘린다는데 잠정합의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

두번째는 국공채 발행이다.이는 곧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쉽게 쓸 수 없는 방법이다.세번째는 공기업을 파는 방법이다.하지만 이 또한 현 여건에서는 덤핑매각을 각오해야한다.

◇민간자금에 여력이 없다 = 금융기관이든 기업이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증자를 생각할수 있다.그러나 주식시장 사정이 너무 안 좋다.

요즘 상황에서 신주를 대량으로 발행한다면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특히 재벌들이 부채비율 2백%에 맞추기 위해 반은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고 나머지 반은 증자로 부채비율을 맞춘다고 가정해도 신주발행으로 약 55조원의 자금을 긁어 모아야 한다.

◇구조조정 과제간의 우선순위부터 정하라 = 현재 추진되는 각종 구조조정과제의 소요자금은 국내 채권.주식.부동산시장의 규모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크다.따라서 우선 시급한 것은 범국가적으로 개별 구조조정과제를 어느 것부터 어느정도의 강도로 추진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구조조정과제간의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금과 같은 정책추진의 혼선과 자산시장의 불안은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너무 다그치지 말라 = 모든 부문의 구조조정을 빨리하라고 다그치면 자금경색이 더 심해지고, 재벌들이 자체 경영합리화를 위해 부동산.기업매각 등을 서둘러야하며 이는 실업자문제의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재벌이나 금융기관더러 자꾸 부동산.기업을 빨리 팔라고 강요하면 자산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생긴다.

◇금융경색부터 풀어야 한다 = 전문가중에는 금융경색만 풀어주면 국내자산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이면서도 구조조정비용의 상당부분을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이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구조조정과제는 금융부문의 부실채권 해소다.현실적으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소의 이자율상승이 있더라도) 10여조원의 채권을 발행해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는 것이다.일단 돈이 돌아가게 해주면 금융부문과 재벌들이 구조조정에 써야할 자금을 동원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바람에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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