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대책 중심잡을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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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은 가급적 해고회피 노력을 하고 불가피한 경우 정리해고가 법테두리에서 이뤄지기를 주문했고 근로자에게는 임금감소와 근로시간 단축을 감수하고 경영자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노사 양측의 원칙적인 자세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지만 金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기로 예정된 다음달 10일까지 기업이 가시적인 구조조정을 하자면 불가피하게 실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정부의 실업대책이 다소 혼란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국정의 중심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에 둘 것인가 아니면 실업대책에 둘 것인가에 대해 통일된 정부입장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 차원의 혼란은 실업대책의 내용이 부처마다 중구난방이고 재원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정책발표가 많고 일회성.선심성 정책이거나 현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검증 안된 시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이다.

첫번째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솔직하게 구분해 제시하고 국민도 일정한 자기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와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하게 위기 극복을 이끈 대처 전영국총리 같은 인물을 초빙해 구조조정과 실업문제에 관한 자문을 받는 것은 어떨까. 그러지 않아도 기획예산위를 중심으로 정부 및 행정개혁의 모범을 영국에서 찾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 차원의 문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 (M&A) 및 투자와 관련해 고용조정에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는 차원에서 준비 안된 정책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희생자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일정한 한계와 원칙이 있음을 망각하면 곤란하다.구조조정을 통한 일자리창출만이 궁극적인 실업대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확실한 지침을 정해야 혼란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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