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병원비 없나 따져봐야…의료보험 적용 곳곳 구멍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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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의료관행으로 비보험수가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레이저치료. 일반적으로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예컨대 치질 근치 (根治) 수술의 경우 의사가 받는 수술비는 칼로 수술했거나 레이저를 이용했거나 똑같이 12만원. 입원환자의 경우 이의 20%만 부담하게 되므로 2만4천원 가량만 내면 된다.

단 레이저의 경우 소모품에 대한 재료비가 따로 추가되는데 비용은 레이저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 따라서 일부 병의원에서 레이저치료가 비보험으로 잘못 알려진 것을 악용해 외과수술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인 셈. 한편 레이저 디스크수술의 경우 혼선을 빚기 쉽다.

단순레이저치료는 보험으로 인정받지 못하나 내시경과 레이저를 병용한 방법은 인정되기 때문. 이는 단순레이저치료가 아직 학문적 효능을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피부과에서 사용되는 레이저도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점빼기 등 미용 목적이 아니라 피부암 치료등 치료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보험혜택이 가능해 환자는 1회 치료비로 6천원 가량만 내면 되는 것. 통상 비보험 치료항목으로 알려진 스케일링 (치석제거) 도 보험대상이 될 수 있다.

잇몸이 흔들리거나 피가 나는 등 치주질환의 치료를 위해 스케일링을 받을 경우 보험을 적용받아 환자는 1만원 안팎만 내면 된다.

물론 이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또는 잇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예방차원에서 6개월에 한번씩 스케일링을 받는 경우는 보험에서 제외된다.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받는 심층분석요법도 보험대상. 대개 비보험으로 알려져 병원마다 환자에게 시간당 10만원 가까이 청구하지만 사실상 본인부담금은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보험과 비보험의 적용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환자들의 주머니만 털리고 있다.

치과개업의 김모씨는 "대부분의 치과에서 치주질환을 위한 스케일링 환자에게도 5만원 남짓한 관행수가를 받고 있다" 고 고백했다.

의료비 본인부담율이 평균 63.7%로 높은 데에는 이같은 병.의원들의 눈속임도 한 몫한다.

문제는 환자가 보험 적용여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 부당하게 청구된 진료비에 대해 환자는 의료보험연합회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으나 절차가 번거롭고 의사들과의 갈등을 염려해 내역 따지기를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주 민원이 제기되는 병의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통해 요양기관취소와 부당진료비 환급등 제제를 가하고 있으나 전국 병의원의 진료내역을 일일이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의사들은 "불법인 줄은 알지만 보험진료 적용을 받을 땐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환자들의 무지 (無知) 를 이용해 돈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 고 토로했다.

예컨대 통증치료를 할 때 하루종일 레이저 치료를 받아도 보험적용으로 3천원 남짓 (본인부담은 1천원) 밖에 받지 못하지만 미용치료라면 '부르는 게 값' 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보험 적용이 엄격하게 이뤄져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치료행위별로 수가가 각기 결정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질병별 포괄수가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치료 항목에 관계없이 진단명에 따라 진료비가 미리 결정되므로 부당청구에 따른 시비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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