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준비안된 '무작정 귀농', 목가적 환상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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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시인들에게 고향과 농촌은 그나마 마지막 남은 터전으로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듯하다.우리 축협이 최근 상담실을 개설하자, 상담을 희망하는 예비 축산농가가 너무 많아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농촌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하다.목가적 환경만을 꿈꾸며 농.축산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귀농 붐이 70년대의 이농현상.무작정 상경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농촌정착을 위해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축산업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예비지식과 마음의 준비는 있어야 된다.

우선 축산업은 장기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단기간에 수익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설 및 장비에 대한 투자기간과 비용이 길고 크다.생산물을 얻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서양의 목축국가에서는 목장을 시작할 때 3대에 걸쳐 시설을 하고 3~4대 후손이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또한 축산업은 수급 및 가격의 변동이 다른 상품보다 크기 때문에 호.불황을 몇번 겪으면서 연평균 소득개념으로 계획해야 한다.

둘째, 축산업은 경영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목가적인 환상의 축산을 계획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철저한 기록관리, 문제점 분석검토, 개선대책 수립.보완이 지속적으로 강구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축산업은 지역단위로 시설이나 방역사업 등을 공동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생산자재의 공동구매.공동판매 등을 관내 축협 등 생산자단체와 연계해 실시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입수해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축산업은 종합적.기술집약적인 산업이다.2001년이 되면 모든 축산물의 수입이 완전 개방된다.세계 모든 양축가와의 피나는 경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귀농희망자는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선 자신의 축산업 수행여건 진단이다.즉 자본능력.자가노동력 확보능력.가족들의 찬성여부.본인의 축산기술 수준과 각오 등을 먼저 검토하고 난 후 귀농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귀농지역에 대해서는 생활환경, 교통, 자녀교육, 앞으로의 땅값 상승 가능성, 정부의 국토개발 계획 등을 고려해야 하고 가축별로 사양특성에 맞는 지역인지의 여부와 관계법의 규제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넷째, 축산업을 시작하고 나면 가축사양 관리기술의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가장 중요하므로 심포지엄.좌담회.교육 등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사육기술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귀농은 소득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물질적인 소득외에 귀농생활에서 맛볼 수 있는 여유도 부차적인 소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농생활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장중명 〈축협중앙회 축산컨설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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