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 본격수사]정치권·업계로비 집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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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인휴대통신 (PCS) 사업자 선정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저인망 (底引網)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외곽에서부터 차근차근 가닥을 잡아나가면서 비리 핵심을 향해 조여드는 수사기법이 동원돼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의지를 짐작하게 하고 있다.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불렸던 PCS사업이 문민정부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권력형 비리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는 것이다.검찰은 이를 위해 우선 PCS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업체 관계자들을 불렀다.13일에는 삼성.현대 컨소시엄인 '에버넷' 관계자 2명, 14일엔 금호.효성 컨소시엄인 '글로텔'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했다.

탈락업체들이 심사과정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들은 검찰에서 이석채 (李錫采) 당시 정보통신부장관이 심사진행중 '특정업체 선정 불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심사기준을 변경했던 당시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치열했던 업계의 로비행태도 일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4일 정보통신부 PCS사업자 선정 담당과장을 검찰청사로 불러들였다.아직도 '2급비밀' 로 분류돼 공개되지 않은 업체들의 구체적 점수내역에 대해 조목조목 추궁하고 李전장관의 독단적 지시 상황과 정치권.업계의 로비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검찰은 15일에도 정통부 실무관계자 3명을 소환하는 등 폭넓게 조사한 뒤 당시 사업자 선정에 관여했던 고위 간부들을 차례로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동시에 李전장관과 김기섭 (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 선정업체인 LG텔레콤.한솔PCS 관계자 및 법인계좌에 대한 추적작업에 돌입,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물증' 찾기에 나섰다.

검찰은 李전장관에게 법률 적용이 간단치 않은 '직권남용' 혐의를 밝히는 작업과 함께 개인비리를 추적, 사법처리의 '안정장치' 로 이용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또 한편으론 자존심이 강한 李전장관을 자극, 귀국을 종용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도 계좌추적을 활용한다는 방침. 검찰은 지난해 김현철 (金賢哲) 씨 비리를 수사하며 해외에 있던 이성호 (李晟豪) 전 대호건설사장을 귀국시키기 위해 李씨가 소유하고 있는 ㈜동보스테인레스를 압수 수색한 바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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