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화가 2인 근작전]김성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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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통 채색화의 기본색은 오방색 (五方色) 이다.파랑.빨강.까망.노랑 그리고 흰색. 단청이나 민화의 강한 원색에서는 오방색이 쉽게 드러난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우리 색이라고 느끼는 색감은 회색조 중간색에 가깝다.김성호 (金聖浩.44) 씨는 소재보다 색채 감각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채색화가다.

우리 색감에 맞는 중간색을 쓰자는 것. 재료도 수입안료 보다는 흔하디 흔한 자연석을 색깔 별로 골라, 갈아 쓰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갤러리 사비나 (02 - 736 - 4371)에서 17일부터 5월5일까지 소개하는 '전원풍경' 전에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중간색의 풍경 20여 점이 전시된다.

언뜻 보아서는 수채화나 파스텔화처럼 보인다.울긋불긋한 채색화와는 영판 다른 그림들이다.

이는 전적으로 안료 때문. 김씨의 집은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월산리. 90년에 들어간 그곳 풍경은 평범한 농촌처럼 볼만한 것이 없다.그저 야트막한 산과 들이 이어지다 가끔 멋없이 삐죽 느티나무가 들어선 곳이다.

그는 이 일대를 매일처럼 돌아다니며 스케치를 하면서 안료가 될만한 돌을 줍는다.황토가 굳은 돌에서 계곡의 자갈 심지어 옛 절터에서 주운 기와 조각도 있다.

채색화 안료는 광물질을 갈아 정제한 것으로서 이론적으로 보면 돌을 갈아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차이는 채도. 한국의 중간색 풍경은 채도가 높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그는 돌가루 안료를 고집한다.

평범한 돌에서 채취한 안료로 우리 풍경을 그린 그의 그림은 고향처럼 수더분함과 아늑함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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